Why Disquiet - 나는 왜 Disquiet을 사랑하게 됐을까, 셀프 인터뷰

Disquiet 팀의 명함을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 세 분의 명함을 수집했다. 더 많이 수집할 기회가 분명히 있었는데 정신이 없어서 더 많이 수집하지 못했다.

# 고객인 나는 누구일까?

내 이름은 다운이다. 내 이름은 '운이 많다’는 뜻을 가졌다.

'운이 많아서 세상에 받은 것이 많으니 이걸 다 돌려주기 위해선 반드시 창업을 해야 한다.'는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사고방식이 몇 년 전부터 머릿속에서 싹트기 시작했고 이 사고방식이 점점 더 사명감으로 변함에 따라 회사를 뛰쳐나왔다.

나는 데이터가 좋아서 2017년부터 스타트업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다.

데이터를 다루는 일을 조금 할 줄 알게 되었는데, 창업을 하려다보니 앉아서 데이터 분석만 할 게 아니라 제품과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창조해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있는 경험 없는 경험 다 끌어모아서 사업계획서 PPT 자료, 랜딩 페이지도 몇 개 만들어보고 프론트엔드 개발도 하고 백엔드 개발도 하고 디자인 툴 처음으로 결제해서 써보면서 디자인도 하기로 했다. 근데 이런 걸 아무리 혼자서 열심히 해도 다른 사람이 몰라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마케팅도 배우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고 유튜브 동영상도 세 개 만들었다.

6월 20일 디스콰이엇에 처음 가입했다. (첫 번째 글을 쓴 날인데, 정확히 이 날이 가입날인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내가 만든 프로덕트 자랑하고, 고객을 만나서 신나게 피드백 받고, 왜 제품을 이렇게 밖에 못 만들었냐고 호통 칠 사람을 찾고 싶어서 글을 올렸다. 내가 처음 쓴 글은 Notion으로 만든 중고 맥북 거래 플랫폼 Applepie.pro였다.

나의 프로덕트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엉성했는데, 그래도 나름 구색은 맞추고 싶어서 서버 코딩도 열심히 했고 자동화도 많이했었다. 문제는 고객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서버 코드가 작동하는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무척 난처했다. MVP를 만들고나니 비판받고 지적받는 일은 사실은 차라리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고, 무관심이 제일 무서운 일이라는 걸 배웠다.

Disquiet을 비롯해 여러 프로덕트 런칭,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꾸준하게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내 제품이 뭐였는지 왜 만들었는지 왜 필요한지 나는 누구인지 열심히 떠들었다. 그 때쯤부터 부끄러울 정도로 완성도가 낮은 제품을 뭐가 됐든 세상에 내놓고 고객에게 혼나면서 배움을 얻는 과정을 즐기기 시작했다. 반드시 아이디어를 떠올린 시점에서 일주일 안에 뭔가를 만들어 고객을 만나야 한다는 이상한 철학이 머릿속에 자리잡았다.

런칭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스타트업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내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나의 고객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Disquiet에는 다섯 개의 프로덕트(?)를 런칭했다. 어떤 프로덕트는 실제로 동작하는 기능이 있고, 어떤 프로덕트는 런칭 시점에서 내세울 것 없는 백지 상태였다.

# 나는 왜 Disquiet을 사랑하게 됐을까?

## 명확한 유저 정의

디스콰이엇은 IT 서비스 메이커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다. 리크루터분들도 들어올 수 있고 투자자분들도 들어올 수 있고 CEO, CTO, PM, 디자이너, 개발자 등등 다양한 분들이 들어올 수 있지만, 그 모든 단어와 선택지를 덜어내고 <메이커>와 <프로덕트>라는 단어로 유저에게 말을 건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나는 나를 메이커로 정의하지 않는다.’, ‘나는 메이커(들)에 관심이 없다.’ 라는 의견을 가진 유저는 디스콰이엇의 타겟 유저가 아니다. <메이커>라는 단어보다 <커리어>라는 단어에 이끌리는 사람이 찾아가는 서비스는 따로 있고, <프로덕트>보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에 이끌리는 사람이 찾아가는 서비스는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스콰이엇은 적극적으로 <메이커>를 찾고 있다.

디스콰이엇 팀이 어떻게 고객을 정의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지만, 왠지 나는 아주 고배율의 현미경으로 관측 가능한 초미세 초정밀 타겟 유저 같았다.

## 컨텐츠, 기회가 아니라 사람이 있다.

나는 링크드인과 디스콰이엇을 쓰고 있다. 링크드인을 사용하기 시작한지 거의 4~5년이 지난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링크드인에 접속하는 나는 꽤나 기회주의자 같다.

스타트업의 구성원으로 일할 때 나는 링크드인에서 이직의 기회를 찾았다. 리크루터, 헤드헌터 분들의 연락을 받거나 '왠지 링크드인 친구가 많으면 좋을 것 같은 기대감’을 느껴서 깊이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죄송하게도 자꾸자꾸 친구신청을 보냈다.

나는 링크드인에서 분명히 사람을 만났고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 받았지만, 이미 링크드인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고, 이미 링크드인의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들이 자동화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링크드인의 유저들에게는 분명히 프로필 사진이 있고 실명이 떡하니 기재돼있는데, 죄송스럽게도 나는 가끔씩 그들이 사람이 아니라 <컨텐츠>이거나 <기회>라고 느꼈다.

어떤 사람에게 링크드인은 '써야 해서 쓰는 도구’이다. 그러니 그들의 말에는 때때로 진심이 없고, 나도 그런 유저가 될 때가 많다. 메시지를 받았는데 답장을 해야된다는 의무감이 안 들고, 사람이 사람이 맞긴 한지 궁금해한다.

그렇지만 디스콰이엇은 다르다고 느꼈다. 여태껏 접할 수 있었던 디스콰이엇의 유저 대부분이 진짜 유저라고 느꼈고, 프로덕트와 메이커로그를 업로드한 사람들 중 다수가 진짜 메이커라고 느꼈다. 이 공간에서 업보트 (좋아요)와 댓글의 가치, 커피챗 요청의 가치는 링크드인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훨씬 더 회신율이 높고, 컨텐츠들이 지닌 감정의 온도같은 것들도 대체로 달랐다.

나는 이 점이 디스콰이엇이 지닌 최고의 장점이라고 느낀다. 그렇지만 이것은 유저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 디스콰이엇에도 스팸 컨텐츠가 늘어날지도 모르고, 가짜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른다. 반성을 좀 해보자면 어떤 사람들은 내가 투고한 '프로덕트’가 '프로덕트’가 아니라고 느낄지도 모르고, '메이커 로그’가 '메이커 로그’가 아니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사이의 인지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디스콰이엇은 적어도 조만간은 그러지 않으리라 믿게 된다. 왜 그렇냐면,

##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제품을 좋아하고 있다.

디스콰이엇을 만드는 사람들이 디스콰이엇을 쓰고 있다. 디스콰이엇의 CEO인 박현솔님이 밤 10시에 내가 쓴 글에 업보트를 누르는 일도 있었고 댓글을 단 적도 있었다. ‘아 이건 진짜다.’ 라고 생각했다. 자동화된 메시징과 상호작용이 많은 링크드인 사용 경험을 통해서 ‘사실은 현솔님의 업보트도 이미 자동화된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을 잠깐 가진 적이 있었지만, 이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디스콰이엇을 만드는 모든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 해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디스콰이엇을 만드는 사람들이 디스콰이엇을 쓰고 있고, 대체로 좋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디스콰이엇을 만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일이 생기면 눈빛과 목소리에서 진심을 느끼게 되고, 디스콰이엇을 만드는 사람들이 쓴 글을 읽으면 문장과 단어 속에 ‘진심’이 들어있다고 느낀다.

내가 너무 과대하게 해석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자신들이 먼저 유저가 되어 유저가 원하는 기능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진짜로 자신들의 제품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만약 나의 이 모든 생각들이 사실은 망상에 불과하다면, 그건 그거대로 엄청난 일이라서 디스콰이엇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공중제비를 돌면서 박수 칠 일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공중제비를 돌 줄 모르지만 말이다.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품을 만든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백 번 천 번 만 번 계속해서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이다. 모든 스타트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모든 메이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덕트"를 세상에 내놓기로 한다. 디스콰이엇은 "문제"를 해결하는 메이커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비스를 만든다.

세 줄 아이디어 무한생성 프레임워크 영상 캡쳐

# 디스콰이엇과 함께 성장하는 메이커 다운의 목표

디스콰이엇을 만드는 분들에게 업보트를 받고, 글을 쓰고, 댓글을 쓰는 일이 엄청나게 기대된다. 왜냐면 그들은 진짜로 제품을 좋아하고 고객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고, 그래서 열성적인 고객 중 한 명인 나와 내가 만들 제품을 좋아해주실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디스콰이엇을 만드는 사람들의 접근방식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품을 만들고 있고 고객의 문제를 끊임없이 묻고다니고 있다.

며칠 전에 불현듯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이 디스콰이엇을 만드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면 진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락을 받은 기억도 없고, 한편으로는 어처구니 없지만, 지금 내가 열심히 개발중인 서비스의 북극성 지표는 디스콰이엇 팀 멤버 세 명을 유료 구독 유저로 맞이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몇 개의 프로덕트를 런칭하고, 무덤으로 보내기도 하면서 어렵게 배운 내가 앞으로 일하게 될 이유는 위 한 문장으로 충분했다.

나는 이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서비스와 제품들에 여러 번 사랑에 빠졌다. 디스콰이엇 또한 나의 문제 중 하나를 이미 해결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디스콰이엇이 바라지도 않았던 러브레터를 기꺼이 써서 제출하는 짝사랑 가득한 팬이 되었고, 제품 뒤에 가려진 멋진 마음들을 닮고 싶다는 생각에 자꾸만 글을 써본다.

[Why Disquiet - 나는 왜 Disquiet을 사랑하게 됐을까, 셀프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