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릴황산나트륨 문제 - 이런 문제도 인정될까?

구내염이 생겼다.

구내염이 생기면 보통 지난 1~2주일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새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1. 내가 너무 피곤한 하루하루를 살았는가?
  2. 내가 비타민을 부족하게 섭취했는가?
  3. 내가… 라우릴황산나트륨이 포함된 치약을 꾸준하게 사용했는가?

라우릴황산나트륨은 계면활성제의 일종으로 입안을 깨끗하게 헹구고 세균을 박멸하기 위해서 쓰이는 재료이다. 문제는, 너무 세정력이 좋기 때문에 입안의 생태계를 약화시킬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표현은 의학적으로 다소 부정확할 수 있다.)


재발성 구내염이 발생한 환자군에게 라우릴황산나트륨이 포함되지 않은 치약을 사용하도록 권장한 결과 대조군에서 통제군 대비 유의한 수준의 염증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 연구가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 타당하게 적용되는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구내염의 원인이 진짜로 라우릴황산나트륨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연구를 본 이후로부터 자가 인체실험을 감행했다. 첫 실험으로부터 약 1년이 경과했다.

지난 1년간, 내 입안에서 염증이 발생한 모든 시기에 나는 3일 이상 연속으로 라우릴황산나트륨이 포함된 치약을 사용했던 것 같다.

반대 케이스도 있었다. 라우릴황산나트륨이 없는 치약을 사용했더니 구내염이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이 또한 어느정도 자가 실험을 했었고, 이번 구내염은 내가 즐겨 쓰던 라우릴황산나트륨이 없는 치약이 다 소진된 이후에 발생했다.

아무도 라우릴황산나트륨 ‘없는 치약’에 관심갖지 않는다.

나는 그간 단 한번도 ‘라우릴황산나트륨이 **없는 치약을 쓰세요’**라는 광고를 본 적이 없다.

나는 그간 구내염, 뿐만 아니라 특정 질병을 예방하려면 무엇을 ‘하지 마세요’라고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상업적 광고를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어떤 사람들이 상품을 ‘안 파는 데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생각은 그 자체로 반시장논리적이다.

라우릴황산나트륨이 없는 치약은 내 구내염을 예방했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스타트업 플레이북’이라는 표현을 들어가며 ‘비타민’이 아니라 ‘진통제’를 만들라고 이야기한다.

라우릴황산나트륨이 없는 치약은 나에게 있어서는 비타민보다는 진통제에 가깝고, 사실은 진통제보다는 치료제나 예방의학인 것 같다. 누가 진짜로 제대로 연구를 해서, 결론을 내서, 무슨 치약 쓰면 구내염이 예방 가능한 지 자명하게 마케팅하고 이야기해주면 좋겠으나, 아마 그런 일은 요원하다. 아무래도 치약회사의 매출은 미백효과, 예쁘고 효율적인 패키징 같은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관련된 뉴스기사가 나온지난 조금 오래되었다. 그러나 라우릴황산나트륨이 포함된 치약이 국내외에서 잘만 출시되고 있다.

이는 아무래도 해당 성분 자체가 ‘나쁘다’고는 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세정력이 좋기 때문에 장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한 회사들은 해당 성분을 넣어서 치약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결국 이 또한 Trade-off 문제이다.

모든 문제가 즉시 돈이 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한테는, 구내염의 재발과 치약 성분의 상관관계는 ‘문제’처럼 보였다. 1년간의 자가 실험 결과에 따르면 말이다. 혹여 뒤집히는 실험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즉시 돈이 되지는 않는다.

대체로 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들지만,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기 위해선 이론적으로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온 100세 할아버지가 김치에 밥 한 공기 드시고 1만보를 걸어다니신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마 그래서 많은 분들께서 ‘시장이 크고 플레이어도 많은 문제’가 차라리 낫다고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자본의, 시장의 맹점인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창업이 운칠기삼인지도 모르겠다.

뭔가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고, 뭔가 누군가에게 진짜로 문제인 것을 해결했는데, 자본의 보상이 따르지는 않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가 철저하게 자본의 그림자를 추종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실력부족이었다고 판가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자본이 뒤따르는 문제를 나중에 잘 풀어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지 않은 문제를 풀었다고 해서 그가 덜 멋있는 사람이 되지도 않는다고 믿는다.

나는 라우릴황산나트륨과 관련된 논문을 써주신 연구자들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플라시보 효과일지도 모르겠으나, 나의 답답함과 잠재적 고통을 덜어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든다. 운칠기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운이 따를 때까지 여러 번 시도하는 방식밖에는 없는 것 아닐까, 하고 말이다.

승률이 30%인 싸움에서 100% 이기기 위해서는, 10번 정도 전장으로 뛰어들면 되는 것 같다. 승률 30%의 싸움에 10회 시도했을 때 1번 이상 승리할 확률은 97.175%이다. 여전히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할 확률이 있다. 우리가 확률을 독립시행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커의 도전은 독립시행이 아니다. 빠르게 학습해낼 수 있었다면, 그는 분명 30%였던 승률을 계속해서 올려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니 창업의 여정에서 얻고자하는 건 아무래도 ‘마음’ 하나 뿐이다. 그 어떤 상황, 거절, 반대, 외로움, 힘겨움에 맞서게 되더라도 그마저도 감사하게 생각할 줄 아는 견고한 마음 하나만을 진심으로 원한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단지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