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래에 미쳤다 - 그런 나조차도 긍정하고 싶다

나는 MBTI 불신론자다.

왜 MBTI를 '믿지 않는가’라고 하면, 결과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었다. 16가지의 유형 중 어느 '하나에만 속한다’고 하기에는 나라는 인간은 너무 쉽게 바뀌는 것 같았고, 실제로도 10개가 넘는 MBTI 결과를 가지고 있다. 기관에서 진행한 검사 결과, 16personalities 웹사이트에서 진행한 MBTI 검사 결과, 시간이 흐름에 따른 MBTI 검사 결과 등등 모든 시도에 있어 나의 MBTI 검사지에는 일관성이 그다지 없다. I가 E가 되기도 하고 N이 S가 되기도 하며 F가 T가 되기도 하고 P가 J가 되기도 한다. 모든 자리가 한 번쯤 바뀌었다. 검사 시점에 누구와 함께 일하고 있는가, 어떤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가에 따라 검사결과가 매번 달랐다. 그것들을 모두 흉내내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성격검사 자체에 의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MBTI라는 검사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MBTI에 단점이 있다면, MBTI가 아닌 성격검사 등등을 여러 개 해보면서 전체적인 검사 결과를 취합하고 비교분석하면, 적어도 현재의 나의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Big 5, Enneagram, CliftonStrength, Fingerprint4Success, …)

내가 썩 좋아하는 검사 중에 하나는 CliftonStrength 강점조사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말 과도하게 편향되어 있는데, 결과지가 이야기하는 나의 가장 큰 강점은 미래지향이며, 두 번째 강점은 성취이다.


비슷한 항목을 검사하는 다른 검사지에서는 나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 다른 검사지에서는 나의 실행력을 최고의 가치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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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이 검사지는 ‘실행력이 높게 나오는 경우 전략적 사고 및 계획력이 낮게 나오는’ 속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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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나의 미래지향적 사고가 두드러지지 않게 나타났다.

사실은 미래에 미쳤다.

검사지의 신뢰도에 대해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한 가지는 알고 있다. 내가 미래에 철저하게 미쳤다는 것이다. 나의 눈앞에서는 자주 현재와 과거가 사라진다. 내가 무엇이든 즉시 실행하고자 함은, 미래를 더 빨리 엿보고 싶기에 하는 수단에 가깝다. 나는 실행 자체의 즐거움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에 몰입한다.

엄청난 장점이기도 하고,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현재의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들이 나에게는 자주 무가치해진다. 과거의 내가 해낸 일들이 즉시 사라진다. 나는 과거를 '사건’이나 '기억’이 아니라, '정보’라고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지난 십 몇년에 걸쳐 서서히 프로그래밍된 기질로 생각된다. 나는 오래도록 과거를 잊어버리는 삶의 방식을 고수해왔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래도록 현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삶의 방식을 고수해왔는지도 모른다.

최근들어 현재를 긍정하는 삶을 사는 법은 조금은 터득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까지 시간의 힘을 이기지 못한다. 과거와 현재가 자꾸만 사라지는 나의 시야에는 끊임없이 미래가 보인다. 나의 감정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서 온다.

인간은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조만간 미래에 미친 나를 온전히 바꿔내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시야에 계속해서 설레는 미래를 가져다 놓아야 한다. 끊임없이 미래를 눈앞에 가져와야 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자꾸만 미래를 쫓아간다.

적어도 당분간은, 타협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미래에 미친 나조차 긍정하기 위해서, 내 손으로 나만의 미래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