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메타분석 - 피드백 속 진짜 신호를 찾아서

요즘 나는 타인의 피드백을 맹목적으로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 이전에 글에서 썼듯이 많은 고민이 담긴 피드백에는 금덩이와도 같은 큰 가치가 있기 때문에 나는 언제나 금덩이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편인데, 이는 체감상 꽤나 건강하고 괜찮은 취미같다.

문제는 워낙 많은 피드백이 모이다보니 같은 의제에 대해서 사람 A와 사람 B가 서로 충돌하는 피드백을 주시는 경우가 있고, 다른 피드백과 충돌되지 않는 고유한 피드백이더라도 ‘곧이곧대로 수용’하는 것이 무조건 좋은 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어떤 피드백을 그대로 잘 따랐을 때 거꾸로 다른 피드백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피드백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피드백을 단지 피드백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분석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필요해진다. 이는 Data Scientist로 일하면서 배운 점이다.

Product에 대한 피드백은 한 개인에 대한 피드백보다 다채로운 경우가 많은데, 매일 100개의 피드백이 들어오는데 매일 100명의 유저를 만족시키는 개선을 해내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중에는 피드백의 심각성, 고객의 중요도 같은 다양한 변수를 통해서 하나의 피드백에도 상황에 따라서는 경중, 신호와 소음이 있음을 찾아내게 된다.

RFM 분석

RFM 분석은 고객의 가치를 정량화하는 하나의 기법이다. RFM 분석 기법에서 R은 Recency (얼마나 최근인지) F는 Frequency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 M은 Monetary (얼마나 많은 비용을 쓰는지) 같은 파라미터가 고객의 가치를 결정한다.

세상에, 고객을 숫자로 가치매기다니 얼마나 무자비한 Data Scientist인가?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분석 기법은 정말로 유효한 인사이트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필요하면 자꾸만 쓰게 된다.

고객 최근 방문 날짜로부터 n일 최근 30일 방문횟수 최근 30일 누적 결제액
A 3 24 0
B 1 8 0
C 2 4 50,000원

RFM 분석은 이런 식으로 표를 하나 그리고, 표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이 표를 보면, 고객 A와 고객 B가 있을 때 고객 A는 고객 B보다 아마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왜 그렇냐면 최근 30일 방문 횟수가 고객 B보다 3배 높기 때문이다. 다만 고객 B는 고객 A보다 3배 더 최근에 방문하였는데, 때문에 해석에 따라서는 고객 B와 A의 가치가 거의 동등해보일수도 있다. 이 때 우리는 RFM을 구성하는 각각의 변수에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RFM을 전체적으로 합산하는 공식을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 오늘 방문한 행위의 가치가 10점이라고 치고, 1일이 지날 때마다 가치가 1점 감소한다고 치면 고객 A의 Recency 가치는 7점, 고객 B의 Recency 가치는 9점이다.

만약 RFM을 합산하는 공식이 RFM이라면, 고객 A의 가치는 724=168, 고객 B의 가치는 98=72로 고객 A의 가치가 고객 B의 가치보다 약 2.3배 더 높다.

이 상황에서 고객 A와 고객 B가 서로 다른 피드백을 제시했다면, 고객 A의 피드백이 더 가치있을 가능성이 크다.

Monetary 변수를 다루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50,000원 결제가 발생했을 때 이 50,000이라는 숫자를 환산할 특정한 가중치를 부여하고, 그 점수를 통해서 RFM의 공식을 계산하면 된다.

피드백에는 내용 뿐 아니라 변수가 붙어있다.

RFM 분석의 연장선에서 바라봤을 때 내가 받은 피드백에도 변수가 붙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RFM 분석의 경우 굉장히 정제된 데이터를 활용한 간소화된 분석인데, 정성적인 영역에 존재하는 사람의 피드백에는 훨씬 더 많은 변수가 담겨 있다. 예를 들면 하나의 피드백에도 이 정도의 변수가 있다. 아마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이 제시할 수 있다.

  • 피드백을 얼마나 최근에 받았는가?
  • 얼마나 고민이 담긴 피드백인가?
  • 피드백의 주제와 얼마나 관련성이 깊은 사람의 피드백인가?
  • 당신에게 피드백을 준 사람에게 당신은 얼마나 소중한가?
  • 당신에게 피드백을 준 사람은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가?
  • 당신에게 피드백을 준 사람은 당신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가?

이런 변수를 가진 피드백이 여러 개 모였다면, 전체 피드백에서 어떤 키워드가 등장할 때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인가와 같은 추가적인 분석이 가능해진다.

수 십번의 피드백과 일련의 머릿속 분석 프로세스를 통해서 내가 도출해낸 금덩이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았다.

좋은 코파운더님을 찾기 위해선 시간을 재촉하면 안 된다.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나는 최근 코파운더님을 찾기 위해서 엄청나게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눴으며, 결론적으로 나와 잘맞는 코파운더는 역량이나 기능적인 보완의 여부보다 성격이나 정성적인 부분이 엄청 세밀하게 잘 맞아야 했다.

어떤 사람은 단지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방을 좋은 코파운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목적지향적으로 코파운더를 탐색하는 것이 괜찮은 전략이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자꾸자꾸 메시지를 보내서 첫 마디부터 코파운더를 하면 어떨까요 하고 제안하는 방식이 괜찮은 전략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찾고 싶은 코파운더 분들에겐 절대로 목적지향적 접근이 괜찮은 방법에 해당하지 않았다. 내가 재촉하는 메시지를 보내면 보낼수록 상대방의 나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거나, 피로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반드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부분에 있어서 나는 정말로 어리석었다. 진정성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으면서 이런 것은 잘 해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낀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

서로의 장점을 버리지 말고, 공존하자.

사람들에겐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는 듯 하다. 나의 장점, 그것도 가장 큰 장점들은 때때로 사람들과 충돌할 수도 있다. 하나는 실행력이며, 하나는 독립성 내지 자율성이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타인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내가 타인과 함께하더라도 높은 실행력을 보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하며 내가 타인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예컨데 실행력의 대척점에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는 전략이나 계획 능력이 좋은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서로의 일을 진행하고 중간중간 진척도를 맞추는 것처럼 서로를 침해하지 않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문제는 최근 내가 나의 장점을 버리면서까지 타인을 갈구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얼핏 상대방을 위한 행위라고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누구를 위한 행위도 아님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타인도 피로감을 느꼈고, 서로의 시간이 허비되었다.

나의 장점을 내려놓는 용기 자체는 앞으로 정말 중요하겠지만, 이는 각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만큼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나의 장점을 전부 다 내려놓는다면 나를 잃어버릴 것이고, 타인의 장점을 내려놓게 만든다면 타인을 잃어버릴 것이다. 내가 없어진 순간, 타인이 없어진 순간, 협업이 사라진다.

나의 전 직장 큐피스트에서는 일명 강점조사라는 성격검사를 진행하고, 업무 진행 상황에서 자주 서로의 장점을 묻고 이 장점을 살리는 방안을 같이 검토하는 편이었다. 이런 기억들을 되살려서, 나의 장점은 나의 장점대로, 타인의 장점은 타인의 장점대로 서로의 멋진 부분을 가장 멋지게 보여주고 공존하는 방식을 찾고싶다.

마치며

RFM 분석 방법론을 예시로 타인의 피드백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글을 써봤어요.
언제나 소중한 피드백을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더 나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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