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사람은 대가리가 단단한 사람

제목이 다소 자극적인데 우리 엄마가 하신 말씀이다.

우리 엄마는 때때로 인사이트가 넘친다. 내가 가끔씩 누군가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엄마의 앞에서 이야기하면, 엄마는 가끔 지나가듯 “그 사람은 대가리가 단단한 사람이야?” 하고 묻는다.

"대가리가 단단하다"는 것은, 생각을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 되면, "생각을 바꾸지 않게 될 수 있다"고 나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일하는 이유로 여러가지가 있겠고, 창업하는 이유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의 수 많은 목표 중 하나는, 대단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이유

나는 매일매일 글을 쓴다. 내가 매일매일 쓰는 이유는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전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다. 나는 개발 천재도 아니면서 개발에 대해 글을 쓰고, 디자인 전공하지도 않았으면서 디자인에 대해 글을 쓰고, 창업 이제 처음 해보면서 창업에 대해 글을 쓰고, 성공해본 적도 없으면서 성공에 대해서 글을 쓴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내가 어설픈 사람이라서 쓰는 것이다.

글을 많이 쓰면 여러 좋은 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나의 어설픔이 만천하에 드러나니까 좋다. 나의 어설픔이 만천하에 드러나면 누군가는 반드시 ‘아 이 사람 되게 글을 못 썼다’, 혹은 ‘아 이 사람 이 생각은 좀 잘못됐는데?’ 하는 생각에 나에게 댓글을 단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글을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매일매일 어설픈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대단한 사람의 직함

어설픈 사람이 되기 위해선 쓰는 단어부터가 어설퍼야 한다. 대단한 사람처럼 대단한 단어와 언어를 가지고 있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부르는 단어도 어설퍼야 한다.

CEO니 코파운더니 파운더니… 미사어구는 사실 전부 다 내게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그 누구에게도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은 <대표님>이다. 나는 누구를 대표할 수 없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특별하기 때문에 내가 아닌 누군가를 절대로 대표하지 못한다.

그나마 C?O란 단어가 나은 것은, 번역했을 때 최고뫄뫄책임자, 그러니까 어떤 직무를 최고로 잘 책임질 수 있는 각오 내지 열정이 필요하다는 채찍질의 의미라도 가지고 있단 점이다. 물론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무언가를 책임지기에는 구성원도 별로 없고 가진 것도 별로 없다. 여전히 별로 의미가 없다.

만약 내가 CEO가 되야한다면, 나는 최고 <경영> (Executive) 책임자라기보단 최고 실행 (Execution) 책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경영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실행은 무슨 뜻인지 잘 안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은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거창하다. 나의 어설픔이 감춰질까봐 별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어를 쓸까말까 고민을 하게 되는 타이밍이 있는데 이는 <내가 지금 직무적으로 대가리가 단단하다>는 것을 보여드려야 할 때 뿐이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반드시 해야겠으니 다른 일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가끔은 쓸데가 있다고 느낀다.

이 글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폄하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다만 만약 누군가가 나를 <대단한 사람>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그분이 나를 <대가리가 단단한 사람>이라고 느끼시는구나, 하고 반성을 하고싶다는 생각에 쓴 글이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되기보다, 어설픈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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