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최고의 방법 - 셀프 넛징

인간은 말도 안되는 환경 적응력을 가졌다.

자신을 환경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을 오해하지 마시길 바란다. 친환경주의자, 생태주의자라는 뜻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에 따라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며 나를 바꾸기 위해서 주변의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경주의자에 가깝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필사적으로 적응하고 그 환경에 알맞는 자신만의 대응 자세(Comfort Zone)을 빠르게 수립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진짜로 하고 싶은가?

글의 제목은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런데 당신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진짜로 하고 싶은가? 아마도 몇몇 분들은 지금 당장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 '진짜’인가?

  • 5분 뒤의 당신에게 그 일이 진짜 하고 싶은지 다시 물어보라.
  • 1시간 뒤의 당신에게 그 일이 진짜 하고 싶은지 다시 물어보라.
  • 6시간 뒤의 당신에게 그 일이 진짜 하고 싶은지 다시 물어보라.
  • 24시간 뒤의 당신에게 그 일이 진짜 하고 싶은지 다시 물어보라.
  • 7일 뒤의 당신에게 그 일이 진짜 하고 싶은지 다시 물어보라.

지금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했더라도, 당신은 어쩌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일을 진짜로 하고 싶었는지 고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내가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치자. 그런데 진짜로 내가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걸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분명히 매일매일 운동을 해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며칠에 한 번 거르는 날이 생기고, 거르는 날이 생기는 현상을 방치하다보면 며칠에 한 번만 운동을 하게 되고, 그 끝에는 그냥 운동을 안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다고 말했던 그 운동, 결과로만 따지면 진짜로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의지의 힘은 진짜 약하다. 해낼 수 밖에 없는 환경, 시스템을 만들어라.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그 일이 진짜로 하고 싶었던 게 맞았는지 회의감을 느끼고 귀찮음을 느끼지 않도록 <반드시 그 일을 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아니면, <계속해서 그 일을 하고 싶다고 느끼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라.

예컨데 매일매일 운동을 반드시 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 주변 사람들에게 '나 오늘부터 매일매일 운동할 거야’라고 말하고
  • 주변 사람들이 전부 다 운동을 하는 공간에 자신을 초대하고 (헬스장, 러닝크루, 산악회 등등)
  • 매일매일 마감 시간이 오기 전에 나에게 운동을 하라고 알람을 보내고
  • 운동을 하지 않으면, 돈을 잃도록 하고
    • 친한 친구에게 '운동 보증금’을 맡겨둔 다음에 운동을 못하면 그 돈을 가지라고 해라.
    • 챌린저스라는 앱을 설치해도 좋다.
  • 운동을 하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할 수 없도록 해라
    • 운동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다든지,
    •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게임을 할 수 없다든지,
    • 운동을 하지 않으면 출근을 할 수 없다든지…
    • 분명히 방법이 있다. 증인을 활용해도 좋고 물리적인 접근을 제한해도 좋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고, 뻔한 말 같은데, 정말 이게 도움이 되나?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은 편향에 취약하다. 우리는 기대하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게 아니라, 훈련한 수준까지 떨어진다. 때문에 끊임없이 훈련해야 한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는지 계속해서 잊어버린다. 상황에 따라 해야 하는 일이 다르고, 외부로부터 너무나 많은 정보를 주입받고, 너무나 많은 유혹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미묘하게 유도하는 이 전략을 <넛지>라고 부른다는 것도 이제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넛지>는 엄청나게 유효하다. 그래서 당신 스스로 만든 <넛지>도, 당신이 아닌 남이 만든 <넛지>도 당신을 충분히 움직이고 심지어는 조종할 수 있다. 왜 그런지 좀 더 살펴보자.

넛지를 활용한 기상천외한 프로덕트, 서비스 전략

알라미

일찍 일어나고 싶은가?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알람을 절대로 끌 수 없게 만들어라. 일어나서 정신차리기 전까지 풀 수 없는 난이도의 수학문제를 풀지 않으면 꺼지지 않는 알람을 켜놓아라 세수하고 수도꼭지 사진을 업로드하지 않으면 꺼지지 않는 알람을 만들어라.

아니 세상에, 과거의 나는 일찍 일어나고 싶어했는데 현재의 나는 잠을 더 자고 싶다. 그런데 알람이 꺼지지 않는다. 나의 핸드폰이 수학 문제를 풀라고 나를 종용하고 수도꼭지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오, 이때쯤이면 과거의 내가 했던 다짐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아, 나는 원래 일찍 일어나고 싶어했구나.

이 생각이 들면, 당신은 일찍 일어나기에 성공한다.

모바일 게임 출석체크, 인센티브, 상대적 박탈감, 손실 회피

재방문율이 높은 서비스,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기똥차게 재방문율이 높은 서비스가 있다. 무슨 서비스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다름이 아니라 모바일 게임이다!

잘나가는 모바일 게임에는 대부분 <출석체크> 시스템이 존재한다. 게임에 방문할 때마다 보상을 주는데, 여기까지는 익히 들어 별 거 아니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뻔하디 뻔한 출석체크 시스템에도 기가막힌 행동경제학 모델이 작용한다.

글을 작성하는 2022년 8월 15일 현 시점 앱스토어 매출 순위 상위권에 해당하는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의 행동경제학 모델을 꼼꼼히 따져보자.

기본적으로 출석체크를 하루 해낼 때마다 보상을 준다. 일주일마다 보상이 리셋되고, 출석체크를 해내지 못하면 그날 출석체크 보상을 <얻지 못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넛지로 작용한다. 손해본다는 느낌을 줘라! 정말로 간단한 메커니즘이다.

유저는 자신이 실제로 가진 돈을 잃어버리는 것도 아닌데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자진해서 출석체크를 하러 들어온다.

그런데 이마저도 매일매일 재방문을 유도하기에는 약하다! 연속 출석체크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은 또 따로 있다. 예를 들어 3일 연속 출석체크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주거나, 7일 연속 출석체크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주는 식이다. 유저에게 미리 다음 출석체크 보상을 알려주고, 다음날 출석체크 보상도 빠짐없이 받으러 오도록 설득해야 한다.

연속 출석체크 유도,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간다.

재방문율을 더 높이기 위해서 더 확실한 장치가 있다. 그건 바로 <출석체크 (재방문율) 담보 상품>을 파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출석체크 담보 상품>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아해할 수 있는데, 설명해드리겠다.

앞서 설명한 <우마무스메>의 경우 게임 내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료 재화 <쥬얼>이 존재한다. 2022년 8월 15일 기준, 1쥬얼은 일반적으로 한화 20원의 가치를 지녔다.

<출석체크 담보 상품>, 그러니까 <데일리 쥬얼팩>은, 한화 20원의 가치를 지닌 쥬얼을 일단 500개 준다. 그리고 1만원에 상품을 판매한다. 20곱하기 500은 1만원. 여기까지는 딱 가격에 알맞는 가치의 상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데일리 쥬얼팩>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데일리 쥬얼팩을 구매한 시점에서 30일간 매일 게임에 접속하면 50 쥬얼을 부여한다. 30일간 매일 출석체크에 성공한 유저는 1500 쥬얼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고, 만약 유저가 총 2000쥬얼을 획득한다면 1 쥬얼의 통상가가 20원이라고 쳤을 때 <데일리 쥬얼팩>의 최대가치는 40,000원이기 때문에 <아무리 봐도 실속있는 상품>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달콤한 함정이다. 유저가 <실속 있는 데일리 쥬얼팩>을 구매하는 행위는 유저의 이득… 일 수 있긴 하지만, 그보다 앞서 무조건, 무조건 게임사의 이득이다.

유저가 게임에 재방문 할 때마다 다른 상품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와 확률이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게임사는 계속해서 새롭고 매력적인 상품을 출시할 것이며, <데일리 쥬얼팩> 때문에라도 매일매일 게임을 실행하는 유저는 더 높은 빈도로 매력적인 상품에 노출되어 더 많은 현금을 소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저가 추가적인 지출을 하지 않아도 딱히 게임사는 상관없다. 유저의 높아진 <재방문율> 자체가 게임사에게는 엄청나게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재방문율>이 높은 유저는 굳이 매출을 발생시키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게임에 대한 입소문을 만들고, 더 많은 유저가 게임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서로를 계속해서 게임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만든다.

똑똑한 유저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게임사가 <넛지>를 통해서 유저를 <조종>한다고 생각하는 유저도 적지 않다. 때문에 몇몇 유저들은 게임사가 판매하는 상품 <쥬얼>을 <사료>라고 부른다. 게임사가 유저를 <소유물>로 여긴다고 격렬하게 저항하거나 비판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유저는 실제로 게임사가 <혜택을 준다>고 생각할 것이고, 어떤 유저는 게임사가 자신을 <조종한다>고 여기는 상반되는 여론이 조성된다.

당신을 조종하게 두지 말아라. 당신이 당신을 움직여라.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알람 앱 <알라미>와 재방문율이 높은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를 통해서 <넛지>에 대해 소개했다.

  •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지와 무관하게 당신은 <설득당할 수 있다.>
  • 당신이 얼마나 똑똑한지와 무관하게 당신은 <조종당할 수 있다.>

설득당하는 일, 조종당하는 일이 언제나 기분나쁘거나, 당신에게 해로운 것은 아니다. 만약 선한 의도, 당신께 해되지 않는 방향성을 가진 누군가가 당신을 움직인다면, 그것은 꼭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판단은 오직 당신에게 달려 있다.
그러니 부디, 당신이 당신을 움직여라.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최고의 방법, 그건 당신만이 알고 있다.

비움 팀은 당신이 당신을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은 정보만을 볼 수 있도록, 당신이 받고 싶은 연락만을 받을 수 있도록.

당신이 조종석에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해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