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아이디어에서 mvp 기획 디자인 개발 런칭 성장까지

들어가며…

ApplePie Pro - 애플파이 프로

사건의 발단

제주도를 여행하던 도중이었습니다. 7월부터 제가 참여하는 예비창업자 코파운더 매칭 및 MVP 개발 프로그램이 시작되는데요, 나름의 안식을 위해서 제주도를 휴가를 떠났었습니다. 한창 제주도를 만끽하던 6월 6일, 2022년 애플 세계 개발자회의 (WWDC)가 열려서 M2 프로세서가 탑재된 MacBook Air와 MacBook Pro가 공개되었어요. 그날 숙소를 떠나던 아침, ‘와, 애플은 정말 짱이다, 어떻게 나는 이미 맥북이 있는데 새 맥북이 뭔가 좋아보이게 발표를 하는 거지?’ 하고 감탄을 했어요. ‘나중에 다음 세대 맥북으로 업그레이드 하려면 지금 맥북은 팔아야겠지?’라는 생각도 하게됐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처럼 전자기기를 꽤 자주 업그레이드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매번 물건을 팔 때마다 당근마켓을 열고, 감가상각을 계산하면서 이 때 중고로 팔고 이 때 새걸로 업그레이드 하면 되겠어 같은 생각을 하는데, 이 중에서 맥북을 파는 과정을 좀 더 체계화하는 방안이 없을까 싶었어요.

제주도 여행의 도중, 휴가를 만끽하는 대신 MVP를 상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세 줄 짜리 아이디어

제일 먼저 이 아이디어롤 단 세 줄로 정리했습니다. 저는 1. 문제 2. 해결책 3. 첫 단추 라는 아이디어 생성 템플릿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어요.

기획

중고판매사업을 하는 이유, 버는 돈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좋지만,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을 하는 이유가 필요했습니다. 맥북을 대신 팔아주는 일은 누구를 위한 일일까요? 도움이 되는 일일까요? 조금 더 생각해봤습니다.

중고판매사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이미 생산된 재화의 유동성을 높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가 줄고 시장이 효율화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가장 큰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갖고 있던 맥북을 판매하는 일은 새 맥북 구매의 원인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 가능성보다 더 확실한 건 ‘갖고 있지만 안 쓰던 맥북이 누군가에게 쓰이는 것으로 거의 없어졌던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는 점이었죠. 새 맥북을 구매하는 일보다 중고 맥북을 구매하는 일이 더 친환경적이라고 볼수도 있구요. 어느정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지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해도 괜찮은 일이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시장조사: 국내 최근 5년 맥북 시장 규모가 1조원일지도 모른다. (가설)

  • 애플이 2021년 1분기 약 570만 대의 맥북을 판매해 전년 대비 약 94%의 성장세를 보였다고 맥루머스 등 외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어요.
    • 저는 이 통계를 보고 국내에 1년간 판매된 맥북은 몇 대쯤 될까? 570만대의 분기 출하량의 3~4% (20만대) 정도는 1년 동안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 나아가 최근 5년동안 판매된 맥북이 전량 국내 시장에 존재한다면 시장에는 100만대의 맥북이 존재하고, 맥북이 한 대에 평균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전체 맥북 시장은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 만약 1조원의 시장에서, 맥북 한 대당 1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면 매출 100억 회사가, 맥북 한 대당 10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면 매출 1000억 - 10배 기업가치 적용 시 기업가치 1조 유니콘이 될 수 있다는 터무니 없는 계산을 해봤어요.
    • 이제 이 수치를 조금 더 정확한 수치로 검산해보고자 했어요.
  • 국내 PC 분기별 출하량 통계에 따르면, 분기별 노트북 출하량은 약 50만대에서 90만대라고 해요.
    • 국내 분기별 출하량 통계 - 분기별 노트북 출하량은 약 50만대에서 90만대
    • 국내 분기별 출하량 통계 - 2022년 1분기 노트북 출하량은 역대 최고수준
    • 가장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국내 노트북 출하량은 148만대로 역대 최고수준이었다고 해요.
    • 여기서 저는 앞으로의 분기당 노트북 출하량을 약 80만대로 추산했어요, 그렇다면 4분기 (1년)에 노트북 출하량은 320만대가 될까요?
    • StatsCounter에 따르면, 국내 데스크탑 OS 점유율에서 OS X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6.4%라고 해요. 이 수치를 토대로, 1년에 판매된 노트북 320만대 중 6.4%가 맥북이라고 가정하면, 1년당 맥북 출하량은 20만대라는 결과가 나와요. 이 OS 통계에 대한 정보는 다른 예비창업자 동료분께 들은 정보인데, 이 수치를 통해 검산해보니 우연찮게도 제가 처음 했던 예상과 비슷한 수치였어요.
    • 앞으로 이같은 노트북 시장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최근 5년 출시 맥북 시장은 1조일지도 모른다’ 는 저의 어설픈 계산은 여전히 부정확하지만, 그럼에도 ‘국내 MacBook 시장이 크다’ 정도는 올바른 분석이라고 생각했어요.

‘맥북 단일 품목’의 시장이 작지만은 않다면, 이 시장에 진입하고 많은 파이를 차지 / 새로운 파이를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요? 좀 더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서비스 특징 잡기

  • 질문: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가 있는데 왜 내 서비스에서 맥북을 팔아야할까?
    •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에서는 ‘이미 모든 물건을 손쉽게 팔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100개 넘게 판매한 소위 헤비 당근 유저이고, 이같은 서비스를 아끼고 사랑해요.
    • 그렇다면 제 맥북 판매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들과 다르게 아주 특이해져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 첫 번째 특징: 자세한 상품정보
    •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 더 자세한 상품 정보를 제공해서, 중고 상품이지만 마치 새 상품인 것처럼 더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두 번째 특징: 네덜란드 경매 (하향식 경매)를 모방한 자동 할인 판매방식
    • 다른 수많은 서비스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 위해선 판매 방식이 특이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불현듯 당근마켓의 ‘끌어올리기 및 할인’ 기능을 정해진 시간마다 자동으로 실행시킬 수 있다면, 구매자들은 나름대로 확신을 가지고 자기가 찾는 상품이 원하는 가격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고, 판매자들은 관리의 번거로움 없이 시장이 판단한 적정가격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 다른 의미도 있는데요, 웹사이트 플랫폼의 특징상 유저가 플랫폼에 재방문 해야 할 동기부여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같은 상품도 일정 시간이 지났을 때 원하는 가격이 된다는 확신을 드리면 서비스에 재방문하여 상품을 구매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 세 번째 특징: 맥북 단일품목에 대한 열의 내지 전문성 내보이기
    • 중고거래 서비스를 만드는 접근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일단 ‘맥북 하나라도 우리가 잘 팔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 모습으로 시장에게 우리를 검증시키면, 나중에라도 품목을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고객 페르소나 만들기

제가 생각한 ApplePie Pro의 주요 판매자 페르소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주로) 개발자
  • 스타트업 종사자
  • 맥잘알
  • 상품정보를 잘적는 친절한 판매자
    • 좋은 상품을 구매자에게 잘 인도해주실 분

사실 이 페르소나는 지나치게 개인적입니다. 개발자 본인에 가깝죠. 그렇지만 상품정보를 최소한으로 적고, 그냥 근처 주민에게 판매하면 상관없는 분들을 타겟으로 생각한다면 기존의 중고장터 플랫폼과 무엇이 다른지, 왜 더 좋은지에 대한 해답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런칭 이틀만에 이 페르소나는 거의 내려놓게 됩니다.)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

처음 생각했던 비즈니스 모델은 판매자가 상품을 등록하기 위해서 돈을 내야하고, 구매자가 상품 구매를 예약하기 위해서도 돈을 내야한다는 모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델로 문서화를 진행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중고로 물건 파는데, 발품팔아서 상품정보를 자세하게 적어야하는데 돈을 중간자에게 내야한다는 사실이 상당히 큰 거부감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적어도 지금 적용하기에는 별로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어떤 부분을 더 살릴 수 있을까요? 저는 ‘상품 정보가 자세해야 하는 게 특징’인 사이트에서, 거꾸로 ‘상품 정보를 알아보거나 별다른 노력 없이 상품 판매’를 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완전한 위탁판매 기능을 BM으로 만들자! 라고 결론을 내려봤습니다.

구현과 개발

저는 ApplePie Pro 말고도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개발 및 테스트 하고 있던 차였기에 구현과 개발에 너무 많은 리소스를 써야 한다면 영영 제품 출시를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

사이트 내 모든 영역에서 Apple의 글꼴이나 유사한 글꼴을 차용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Apple의 system-ui를 대체하는 폰트 ‘Pretandard’를 사이트 전역에 적용했습니다.

또한 커버 이미지 등을 추가했고, favicon, emoji, 텍스트 레이아웃 등도 중요한 정보가 더 잘보이게 만드는 법을 이리저리 고민하며 1차적으로 작업했어요. 그러나 아직 통일성이 떨어지고 중구남방인 Bold체, 형광펜, 색상표시, 문서 접근성 등을 손봐야 해요.

초기버젼 이후에는 Apple 홈페이지의 카피라이팅 스타일을 따라한다고 적었던 많은 텍스트를 걷어냈고, 점점 더 간단하게 바꾸었습니다.

개발 스펙 생각하기

저는 최소한의 리소스로 최대한 많은 실험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3주 만에 ‘노션’으로 데이팅 서비스 만들기 포스트 및 노션 이력서 소개팅을 벤치마킹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죠. (귀감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주신 세븐픽쳐스 팀에게 감사해요.) 저는 노션 평생 무료 구독권을 얻은 초기 유저이기도 하고, 이전부터 3천개가 넘는 노션 노트를 가지고 있었기에 노션에 너무 익숙했거든요.

고민의 결과, 다음 도구들을 사용하기로 했어요.

  • Notion (컨텐츠 관리 도구, CMS)
  • Paperform (고객 입력 제출 및 취합)
  • FastAPI (문자 알림, Paperform - Notion API 통합 등)

사실은 지금 채택한 도구들에는 서로 겹치는 영역도 많긴 해요, Notion에도 Paperform에도 컨텐츠를 관리하는 기능이 일부 존재하고, Backend 서버를 따로 두고 있으니 처리하는 서비스나 저장소가 중복적으로 존재하는 셈이죠. 그러나, 무엇보다 빠른 출시 및 초기 마케팅에 따른 결과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스택을 고르는 게 적합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만들어낸 기능들

유저분들의 눈에는 기능이 거의 없어보일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머리를 싸내며 15가지의 작은 기능들을 개발했어요.

  • 판매자 폼
  • 구매자 폼
  • 위탁판매 폼
  • 상품 삭제요청 폼
  • Notion - Paperform 연동
  • 상품 관리 전용 비밀번호 자동생성
  • 판매 / 구매에 따른 문자 알림
  • 구매 예약시 상품 상태 업데이트
  • 제품 고유 식별자 생성 (Notion / Paperform / 백엔드 서버에서 모두 하나의 Key로 연결)
  • 각종 가이드 문서 작성
  • …사실은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구매 수수료 / 등록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 결제 모듈 심사 등도 신청을 했었는데, 이 BM을 파기하기로 마음먹어서 해당 기능은 들어가지 않았어요.

서버에서 서버로 오가는 퍼널이 많다보니 정보를 어떻게하면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떻게하면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고 저장할 수 있을 지 등등에 대한 고민도 했습니다.

출시 & 마케팅

여전히 어설프지만, 어설프더라도 출시를 해서 고객분들의 반응을 보고 나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인 피드백 받기

  • 가족: 왜 여기다 팔아야 해? 음, 내가 노트북을 팔면…

가족의 반응은 처음에는 비관적이다가, 제가 이래저래 설명을 하니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온도의 답을 주었어요. 이 문답을 했을 당시에는 ‘역시 내 생각이 통한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가족 보너스’로 억지로 납득을 받았다는 게 더 정답에 가까운 것 같아요.

  • 친구1: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진짜 만드네
  • 예전 동료1: (좋아요 버튼)
  • 예전 동료2: ㄴㅇ0ㅇㄱ 이것이 바로 린스타트업 (갬동)

지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습니다. 하지만, 지인이시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해주신 건지, 제가 진짜로 괜찮은 걸 만들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해주신 건지 미지수였죠.

클로즈베타 출시하기

제가 참여하고 있는 앤틀러 예비창업자 프로그램의 참여자 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라면 대체로 동조하거나, 제가 우기면 대체로 납득해주시는 지인분들과는 달리 여기서는 정말 건설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었습니다.

  • 왜 MacBook만 팔아야 하는지 → 품목 확대 방안 생각해보기
  • 왜 이렇게 글이 많고 설명이 장황한지 → Apple (회사)를 따라한다고 적어본 지나치게 많은 미사어구 삭제
  • 올라와있는 상품은 왜 이렇게 비싼 값인지 → 적어도 출고가보다는 낮은 상품만 보이도록 수정
  • 정말로 신뢰도 있는 매물이라고 어떻게 구매자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인지 → 문구 다듬기
  • 진짜 이걸 원하는 Segment (구매자, 판매자)가 존재하는지 → 기본적인 구매 / 판매 기능상의 유료 BM 삭제

제가 공개 슬랙 채널에 장문의 글을 올려 많은 분들을 귀찮게 했음에도 많은 분들이 정말로 중요한 지점을 지적해주셨고, 실제로 피드백 받은 내용들을 최대한 많이 반영하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공개하기

클로즈베타를 출시한 날 저녁, 그리고 다음날 더 많은 분들께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자 손이 닿는 모든 곳에 사이트를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색엔진 최적화

  • robot.txt 수집, sitemap.xml 생성을 진행했어요.
  • 구글 검색 콘솔, 네이버 서치 어드바이저에서 사이트 검색등록을 진행했어요.

현실에 부딪히기

첫 출시로부터 24시간, 아직까지 단 한 개의 상품도 등록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쉽지만, 그만큼 신뢰하기 어렵다는 피드백도 될 수 있겠죠? 더 믿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습니다.

감동하기

한편 성공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처음 출시했고, 유료 광고 한 번 발행하지 않은 서비스 기준으로 상당히 괜찮은 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출시 그 이후 이야기

서른개의 일감이 제품이 되었습니다.

기획, 디자인, 문서화, 기능 구현, 개발, QA, 기타 사무 등 서른가지가 넘는 일감을 계속해서 나열하고 하나씩 하나씩 처리했습니다.
지금 보니 적다면 적지만 많다면 많은 일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루에도 열 번씩 제품과 문서들을 업데이트했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온전히 ‘실행’ 하나만 바라보고 몸을 던지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루하루 변하는 제품에 대한 감정, 딴짓하고 싶은 마음도 계속해서 다잡아야했습니다. 이런저런 툴 많이 쓰고, 도메인도 구입하고, 서버도 호스팅하고, 이래저래 초기 투자 비용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의 보답은 있는 것 같아요. 여기저기 떠들어대며, 에너지를 신나게 써볼 수 있었어요. 자리에 한 번 앉으면 할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쉬이 일어나지도 못했죠.

성장

배움 - 기능을 만들기 전부터 고객을 만나자

기능을 만들기 전부터 고객을 만나는 게 좋은 것 같다는 점을 배웠어요. 제가 먼저 좋은 기능을 상상해서 고객을 깜짝 놀래킬수도 있지만, 그것은 제 생각이지 고객분들의 생각인지는 모르는 것 같았죠. 제가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졌다고 느껴도 고객이 공감할 수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요?

제가 만들었던 몇몇 기능이 사실은 쓰이지 않았어요. 상품 등록 알림 문자 기능을 만들었는데 아무도 상품을 등록하지 않았으니 해당 기능의 코드를 예쁘게 짜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일에는 현재의 프로덕트 시점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객을 일찍 만났다고해서 고객이 행동에 필요한 모든 맥락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버튼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문구가 어때야 하는지 퍼널이 긴지 짧은지 이 제품이 필요한지 아닌지, 이같은 질문에 고객이 모두 답해줄 수는 없어요. 그럼에도 일찍 고객을 만나야만 그 답없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무형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Growth Hacking

제품을 만들었고 런칭을 했지만 아직 고객이 없으니 저의 아이디어가 잘못된 걸로 간주하고 다른 일을 알아볼까요? 아니면 구현이 잘못된 걸까요? 아니면 마케팅이 부족한 걸까요? 현 상황은 <문제>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우선 1500이라는 페이지뷰가 발생했음에도 아무도 판매를 시작하지 않은 부분을 저는 마케팅의 부족은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문제에 대한 가설

먼저 다음 네 가지 요인을 문제에 대한 가설로 수립했어요.

  • (유력) 사람들에게 판매할 맥북이 없다.
    • 많은 분들이 런칭 초기에 왜 맥북만 파는지 피드백해주셨어요. 저는 맥북이라도 잘팔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마음에 그런 결심을 했지만, ‘맥북만 파는 곳에 사람들이 맥북을 올리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다른 것도 올릴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라는 계획을 세웠죠.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인듯 해요, 맥북은 그 수량이 적은 재화이기 때문에 차라리 다른 물건도 올릴 수 있도록 허용하고 그 과정에서 맥북 매물이 올라오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을 고쳤습니다.
  • (유력) 상품등록이 복잡하다.
    •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기획당시 세운 가설이 또 틀린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상품등록을 복잡하게 만들어서라도 신뢰도 있는 상품정보를 만들고 싶었는데, 상품이 없는 편이 차라리 더 신뢰도가 낮아보였어요.
  • (예상) 사이트 신뢰도가 낮다.
  • (예상)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표 수립

중고거래플랫폼의 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기반인 경우 거점 지역 유저 확보, 상품 확보라고 판단했어요. 서비스 개선을 위한 단 하나의 지표 ‘북극성 지표’가 있다면 이게 아닐까요?

북극성지표 - 초기 매물 10개 확보

  • 우선 아이폰 판매 기능을 곧바로 베타로 추가했어요. 빠른 속도로 모든 애플 품목을 판매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북극성지표를 개선하기 위한 세부 정량/정성 지표를 떠올렸습니다.

  • 고객감동후기 1건 확보 - 신규기능 <리뷰> 개발
  • 구매와 판매 과정 10배 쉽게 개선
  • 개인정보수집 10분의 1로 축소, 최소한의 개인정보로 신뢰도 있는 거래프로세스 만들기
    • 상품 판매 등록시 모든정보 수집 중단, 닉네임만 받고 구글애널리틱스 트래킹도 중단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글쓴이는 웹브라우징을 할 때 트래킹 도구 차단을 항상 켜놓는데, 고객의 트래킹 정보는 보관하고 싶다면 이 두 욕구는 모순되기 때문입니다. GA 데이터 대신, 높은 정확도의 정성적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경험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 사이트 신뢰도 10배 개선
    • 새로고침할 때마다 달라지는 사이트, 추후에는 점검 스케쥴을 수립하고 안정적인 업데이트와 유지보수를 보장할 것. 문서를 직관적으로 정리하고 일관된 레이아웃을 노출할 것.
  • 사이트 심미성 및 접근성 10배 개선
    • 애플 홈페이지와 동급으로 예쁘게. 이건 ‘애플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플랫폼의 정체성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외에 BM의 동작을 시험하기 위한 지표도 떠올렸습니다.

  • 대신판매계약 1회 이행

앞으로의 마음가짐 - 국내 최고의 중고애플 마켓플레이스가 될 수도 있다.

다음 두 가지 목표도 세웠습니다.

  • ‘고객의 일을 고객이 아니라 내가 더 많이하는 방법을 찾는다’
  • ‘내 상품을 올려서 실제로 팔아본다.’

우선 최대한 빠르게 아이폰 판매 기능을 마무리하고 제 아이폰을 실제로 거래까지 성사시켜보려고 해요. 그렇게 하면 고객들이 어떤 기분일지 조금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이 프로젝트는 시작할 당시에는 정말로 취미나 사이드 프로젝트에 가까웠는데요, 여러가지 종류의 작업을 진행하고 이 글까지 쓰다보니 진심을 다해 계속할 수 있다면 국내 최고의 중고애플 마켓플레이스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MVP 사이트 도구가 Notion인 부분이나, 폼 도구가 Paperform인 점이 서비스의 아킬레스건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엄청나게 많은 비즈니스가 워드프레스나 다른 웹사이트 빌더에서 시작한다는 점처럼, 다른 툴이 고객에게 더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면 그 때 바로 그 방향성을 검토하겠습니다.

훨씬 더 좋은 서비스가 될지, 문 닫을 준비를 할지, 재밌게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이 배움을 얻어요. 2022년은 저에게 부지런함의 해거든요, 그러니 다소 ‘삽질’을 하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에요.

P.S, 조용하게 서비스 유지보수하고 기능추가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페이지뷰 하고 계셔서 달달달 떨려요… 새로고침할 때마다 사이트가 달라지고 삐걱거리더라도 조금만 참아주시면 좋은 서비스로 보답할게요!

링크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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