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틀러 프로그램 d+7 - 천 백 번째 커밍아웃?

함께 일할 사람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즐겁게 일할 사람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알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취약함에서 비롯되는 나의 절박함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두 번째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제목은 절박함의 이유라 지었다.

나의 이름의 뜻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나의 이름이 왜 다운인지, 나의 이름을 지은 사람이 누구인지. 다운이 겪은 가장 큰 괴로움과 절박함의 이유가 무엇이며, 성공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왜 다운은 진부하더라도 말끝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다니는지…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커밍아웃은 그런 이야기에 곁들이기 좋았다. 남들은 이런 비밀 안 가지고 있는데 나는 말하면 특이해지는 비밀 하나 있어서 신난다고 생각했다. 내 삶의 굴곡에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어떤 영향을 줬는지, 그것이 무엇인지, 그 삶이란 무엇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내가 늘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걸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어서 좋았다.

두 번의 발표로 사람들이 온전히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는 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니까 나도 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태반이고 남들도 나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드는가’가 나에게는 중요했다.

그러니 나는 동료에게 커밍아웃을 하게 된다. 큐피스트에서도 그렇게 했고 앤틀러에서도 그렇게 하기로 한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편이 솔직히 더 두려우니까, 겁나는 고백도 서슴지 않기로 한다.

이미 천 번의 커밍아웃을 했는데 이제 80명의 창업자와 여러 다른 사람들이 또 다시 나를 알게 될 테니 이것은 천 백 번째 커밍아웃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이렇게까지 솔직하지 않아도 분명히 괜찮을테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게 나의 욕심이다. 나는 이해받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단 한 조각을 꺼내보였을 뿐이다. 대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란 말은 취소. 대단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내 인생에 있어서는 아주 대단한 일이라서 이런 건 할 때마다 울고 만다. 박수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사실은 이 모든 과정이 무뎌지지 않아서 좋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간절함이 있어서 좋다. 5년 전에도 이랬고, 10년 전에도 이랬으니까. 나는 여전히 초심을 가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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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앤틀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지않아 감히 발표자료를 볼 수도 없지만, 너무나 내용이 궁금하네요

사실 저는 다운님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트렌스젠더 여성인지 몰랐어요. 커피챗을 했을때도 몰랐구요 나중에 주셨던 자료를 보고나서야 알았죠 그 때 저는 아 그렇구나 정도의 느낌이었어요 인간적으로는 삶에 관한 궁금한 부분들이 있지만 아마도 그런 부분들을 제가 먼저 질문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다운님을 창업자로 바라봤기 때문인지 “who cares?” 정도의 느낌이었던걸로 기억해요

제가 다운님을 응원하는건 그런 부분이 아니라 애플파이라는 눈에 띄는 프로덕트를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정확히는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쓰셨던 글 때문이기도 하네요 여전히 만들고 계시는 프로덕트에 더 관심이 많아요 어떻게 성공하실지 너무가 궁금하거든요

앤틀러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저와 같은 느낌 혹은 감정을 다운님께 받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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